서론 : 불확실한 시대의 외교 전략
준조절충의 지혜!
우리는 지금 역사의 변곡점에 서 있습니다. 2025년 1월 20일, 도널드 트럼프가 미국 대통령으로 재취임하면서 국제 질서는 다시 한 번 거대한 소용돌이에 휩싸였습니다. ‘아메리카 퍼스트’의 기치 아래 더욱 강화된 보호무역주의는 이미 전 세계 경제에 충격파를 보내고 있으며, 각국은 앞다투어 자국 우선주의의 장벽을 높이고 있습니다.
특히 우려스러운 것은 단순한 무역 분쟁을 넘어선 전방위적 대립 구도의 심화입니다. 미중 간의 기술 패권 경쟁은 반도체와 AI를 둘러싼 새로운 냉전으로 번지고 있고,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여파는 여전히 유럽을 흔들고 있으며, 중동 지역의 불안정은 에너지 안보에 대한 우려를 증폭시키고 있습니다. 여기에 기후 위기와 팬데믹의 그림자까지 더해져, 인류는 그 어느 때보다 복합적이고 중층적인 위기에 직면해 있습니다.

이런 격동의 시대에 우리는 무엇을 기준으로 삼고, 어떤 지혜를 따라야 할까요? 힘과 힘이 부딪치는 제로섬 게임의 논리가 지배하는 것처럼 보이는 이 시대에, 과연 평화적 해결의 가능성은 존재하는 것일까요?
놀랍게도 2500년 전 중국의 춘추전국시대는 오늘날과 매우 유사한 상황이었습니다. 수백 개의 나라가 난립하며 끊임없는 전쟁을 벌였고, 약육강식의 논리가 지배했으며, 생존을 위해서는 무엇이든 해야 했던 시대였습니다. 그러나 바로 그 혼란의 시대에, 역설적으로 인류 역사상 가장 빛나는 외교적 지혜가 탄생했습니다. 바로 ‘준조절충(樽俎折衝)’입니다.
오늘 우리는 이 오래된 지혜를 통해 현재의 국제 정세를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보고자 합니다. 무력이 아닌 대화로, 대립이 아닌 이해로, 제로섬이 아닌 상생으로 문제를 해결했던 선인들의 지혜가, 21세기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어떤 통찰을 줄 수 있을지 함께 살펴보겠습니다.
본론
1. 준조절충의 유래와 의미
준조절충(樽俎折衝)은 ‘술동이와 도마 위에서 적을 꺾는다’는 뜻으로, 무력을 사용하지 않고 외교적 협상과 대화를 통해 문제를 해결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이 고사성어는 중국 춘추전국시대의 역사에서 유래했습니다.
춘추시대 제(齊)나라의 명재상 안영(晏嬰)의 일화에서 이 말이 시작되었습니다. 당시 강대국이었던 진(晉)나라가 제나라를 침공하려 했을 때, 안영은 진나라로 가서 연회를 베풀었습니다. 술잔을 나누며 대화를 나누는 가운데, 안영은 뛰어난 언변과 논리로 진나라 군주를 설득하여 전쟁을 막았습니다. 실제로 무기를 들지 않고도 나라를 지킨 것입니다.
이후 사기(史記)에서 사마천은 “준조지간 절충천리지외(樽俎之間 折衝千里之外)”라고 표현하며, 연회장에서의 외교로 천리 밖의 적을 물리쳤다고 기록했습니다. 이는 곧 뛰어난 외교술이 수만 대군보다 더 강력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것입니다.

2. 현대 국제 정세와 준조절충의 교훈
2025년 현재, 트럼프 행정부의 강경한 관세 정책으로 국제 무역 질서가 요동치고 있습니다. 미중 무역 갈등은 물론, 유럽연합과의 마찰, 그리고 각국의 보호무역주의 강화로 인해 글로벌 경제가 위축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이러한 때일수록 준조절충의 지혜가 더욱 빛을 발합니다.
첫째, 대화와 협상의 중요성입니다. 무역 전쟁이나 관세 보복은 결국 모두에게 손해를 가져옵니다. 1930년대 대공황 시기의 스무트-홀리 관세법이 세계 경제를 더욱 악화시켰던 역사적 교훈을 우리는 기억해야 합니다. 지금이야말로 각국이 대화의 테이블에 앉아 서로의 이익을 조율하며 상생의 길을 찾아야 할 때입니다.
둘째, 상호 이해와 존중의 자세입니다. 준조절충은 단순히 협상 기술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닙니다. 상대방의 입장을 이해하고, 그들의 문화와 가치를 존중하는 태도가 전제되어야 합니다. 현재의 국제 갈등 상황에서도 각국이 서로의 처지를 이해하고 공감대를 형성한다면, 훨씬 건설적인 해결책을 찾을 수 있을 것입니다.
셋째, 장기적 관점의 필요성입니다. 안영이 진나라를 설득할 수 있었던 것은 단기적 이익이 아닌 장기적 평화와 번영을 제시했기 때문입니다. 현재의 무역 분쟁도 마찬가지입니다. 당장의 무역 수지 개선이나 일자리 보호도 중요하지만, 장기적으로 모든 국가가 함께 성장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야 합니다.
3. 개인의 삶에서 배우는 준조절충
준조절충의 지혜는 국가 간 외교뿐만 아니라 우리 개인의 삶에서도 적용될 수 있습니다. 직장에서의 갈등, 가족 간의 불화, 이웃과의 분쟁 등 일상에서 마주하는 수많은 충돌 상황에서 우리는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요?
먼저, 감정적 대응보다는 이성적 대화를 선택해야 합니다. 화가 나는 순간에도 잠시 멈추고 상대방의 입장에서 생각해보는 여유가 필요합니다. 그리고 서로의 공통분모를 찾아 대화의 물꼬를 트는 것이 중요합니다.
또한, 경청의 자세를 가져야 합니다. 준조절충에서 ‘준조’는 술과 음식을 나누는 자리를 의미합니다. 이는 단순히 먹고 마시는 것이 아니라, 편안한 분위기에서 서로의 이야기를 듣고 이해하는 과정입니다. 현대인들에게 가장 부족한 것이 바로 이 경청의 자세가 아닐까요?

4. 미래를 위한 준조절충의 실천
앞으로의 국제 정세는 더욱 복잡해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기후 변화, 팬데믹, 기술 혁신 등 전 지구적 과제들은 어느 한 국가만의 노력으로는 해결할 수 없습니다. 이러한 시대에 준조절충의 정신은 더욱 중요해집니다.
국가 차원에서는 다자간 협력 체제를 강화하고, 대화와 타협을 통한 문제 해결 메커니즘을 구축해야 합니다. 개인 차원에서는 다양성을 인정하고 포용하는 자세를 기르며, 갈등 상황에서도 대화로 풀어가는 습관을 들여야 합니다.
특히 시니어 세대의 여러분들은 풍부한 인생 경험을 바탕으로 준조절충의 지혜를 실천하고 전파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습니다. 젊은 세대에게 대화와 타협의 중요성을 가르치고, 갈등을 평화적으로 해결하는 모범을 보여주는 것이 바로 우리 시대가 요구하는 어른의 역할이 아닐까요?
결론: 평화를 만드는 지혜
준조절충은 2500년 전의 고사이지만, 그 지혜는 오늘날 더욱 절실합니다.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폭탄, 각국의 보호무역주의, 그리고 곳곳에서 벌어지는 지정학적 갈등 속에서 우리는 선택의 기로에 서 있습니다. 힘으로 맞서 더 큰 파국을 맞을 것인가, 아니면 대화와 타협으로 상생의 길을 찾을 것인가.
역사는 우리에게 분명한 교훈을 줍니다. 1차 세계대전 후의 베르사유 조약이 가져온 보복의 악순환, 1930년대 보호무역주의가 초래한 대공황의 심화, 냉전 시대의 군비 경쟁이 남긴 상처들. 반면 마셜 플랜의 포용 정책, 유럽연합의 통합 과정, 데탕트 시대의 대화 노력은 평화와 번영의 토대가 되었습니다.
준조절충의 정신은 단순한 이상론이 아닙니다. 그것은 가장 현실적이고 실용적인 생존 전략입니다. 상호 의존이 깊어진 오늘날, 어느 한 나라의 고립된 승리란 불가능하기 때문입니다. 우리 모두가 연결된 이 시대에, 대화와 협력만이 지속 가능한 미래를 보장할 수 있습니다.

이제 우리 각자가 준조절충의 실천자가 되어야 할 때입니다. 국가 지도자들은 협상 테이블에서, 기업인들은 글로벌 비즈니스에서, 그리고 우리는 일상의 관계에서 이 지혜를 실현해야 합니다. 특히 인생의 지혜를 쌓아온 시니어 세대야말로 이 평화의 메시지를 전파하는 가장 강력한 메신저가 될 수 있습니다.
불확실성의 시대, 이 고사는 우리에게 희망의 나침반을 제시합니다. 술잔을 나누며 마음을 열고, 상대를 이해하려 노력하며, 함께 살아갈 방법을 모색하는 것. 이것이 바로 우리가 후손들에게 물려줄 수 있는 가장 값진 유산입니다.


